탈종교화 문제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다. 다 함께 생각해 보자.
이 글은 본인이 '답성호원'이라는 책을 읽고,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요약한 것으로, 2013년에 만든 글인데, 다시 정리하여 올린다. 유교 사상은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다. 다만, 온정주의적 사회 추구, 지나친 명분 추구, 지나친 형식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다소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조상들의 치열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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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인간사회 구원론
-유교의 인간 구원론-
사람에게는 착한 마음이 있는가 하면, 신체적 욕망이 있다. 유가儒家에서는 이 착한 마음과 관련, 성性, 본성本性, 도심道心,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덕德, 사단四端, 이理, 이치理致, 형이상자形而上者, 본연지성本然之性, 이념태, 순선純善 , 절대적 가치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욕망과 관련, 인심人心, 기氣, 기운氣運, 칠정七情, 형이하자形而下者, 기질지성氣質之性, 현실태, 상대적 가치 등과 같은 개념이 제시된다.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본성과 신체적 욕망 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도덕적 법칙에 부합하는가?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가장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인간 사회의 구원문제의 방법을 천리天理, 성性, 도道, 교敎, 이기론理氣論 등으로 제시한 것이 유교라 할 것이다.
유교에서는 만물을 지배하는 신성한 법칙을 천리天理라고 한다. 그리고 천이 명하는 것을 성性이라고하며,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중용中庸, 천명장天命章). 유교의 존재론과 인성론人性論에 따르면, 만물을 지배하는 법칙을 이理라고 하고, 만물을 형성하는 질료를 기氣라 하여, 이기론理氣論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자(1130-1200)는 공자와 맹자 이후 단절된 유학의 도통道統을 교敎로 정립한 사람으로, 보편적 이치는 하나이고 여러 모양으로 만물이 발현한다는 이일분수설理一分殊說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기론을 통해 인심 도심의 명확한 발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이 이기론을 심화시킨 것 중 하나가 이이李珥와 우계牛溪의 인심도심논쟁이며, 그 내용, 즉 율곡 이이가 호원 우계의 질문에 답한 서신을 임헌규 박사가 옮겨 만든 책이 바로 ‘이이 답성호원’이다.
조선 성리학은 이황(영남학파, 동인)의 주리적主理的 입장과 이이(기호학파, 서인)의 주기적主氣的 입장 사이에 학문적 비판을 거치면서 발전하였다고 한다. 사단칠정 논쟁四端七情論爭에서 이황은 사단四端 은 이理에서 발한 것으로 순선純善하고 곧 도심道心이라하여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였고, 칠정七情은 기氣에서 발한 것으로 선악을 겸하고 있고 인심人心이라 하여 상대적 가치를 부여 하였다. 이에 반해 이이는 사단 칠정 모두 기氣에서 발현한 것으로 칠정이 사단을 포함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이가 주장한 이론으로는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 등이 있다.
이이는 이황의 “이치와 기운이 서로 발동한다”라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비판하면서, 이치는 무위無爲이고 기운은 유위有爲하기 때문에 호발설은 논리상 불가하고 “기운이 발동할 때 이치가 타는 하나의 길만이 가능하다”는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을 주장했다. 이의 근거로 공자가 말한 “사람이 능히 도를 넓힐 수 있지, 도가 사람을 넓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였다.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은 만물의 존립 이유인 형이상자形而上者로서 이理는 무형無形 무위無爲하여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아 보편적이고 불변적이다. 따라서 순선純善하고 절대가치를 가진다. 그러므로 조금의 수양修養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유형有形 유위有爲한 형이하자形而下者로서의 기氣는 시공간의 제약과 함께 승강비양昇降飛揚함으로 뒤섞여 차별되는 현상을 보인다. 또한 만물간의 감통感通을 방해하는 역기능을 하는 자기모순자인 것이다.
따라서 기를 단속하여 그 본연을 회복하는 수양修養 공부가 요청되는 것이다. 이 이통기국설은 이기론의 요체인 이일분수설理一分殊說을 확고하게 정립해주는 것이라 한다.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은 선생이 돌아가시기 2년 전에 설하신 이론으로 이이 철학의 정론이자 정수가 잘 나타나 있다고 한다.
하늘의 이치가 사람에게 부여된 것이 본성이라 하고(天命之謂性, 중용1장), 본성과 기운이 합하여 한 몸을 주재하는 것을 마음이라고 하며, 마음이 사물에 감응하여 발하는 것을 감정이라 한다. 본성은 마음의 본체이고 감정은 마음의 작용이다. 마음은 아직 발현하지 않은 것과 이미 발현한 것의 총괄 명칭이다. 본성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고 감정에는 일곱 조목條目이 있으니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이다. 도의道義를 위해 발하는 감정을 도심道心이라 하는데, 성명의 바름(性命之正)에 근거하고 은미(惟微)하다고 한다. 신체의 욕망을 위해 발하는 감정을 인심人心이라 하는데, 식食, 색色, 안일安逸의 욕망을 말한다고 한다.
도심道心은 하늘의 이치이므로 순선純善하고 인심人心은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욕망이 함께 있어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다고 한다. 따라서 마음을 다스리는 이는 한 생각이 발동할 때 도심은 확충시키고, 인심은 정밀하게 살펴 도심으로 절제하면 어떤 하늘의 이치라도 보존될 것이며, 어떤 사람의 삿된 욕망이라도 막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도심과 인심의 확충과 절제는,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십육자심법十六字心法(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인심유태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인심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은 오직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한결같이 하여 진실로 중용을 취하라)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 중中(중용中庸)은 단순한 가운데라는 의미가 아니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선上善을 말한다 할 것이다.
결국 유교儒敎의 가르침의 결론은, 개인적으로는 수양修養을 통해서 도심道心이 인심人心을 주재하도록 하여 성인聖人의 경지로 나아가고, 사회적으로는 수양修養을 완성完成한 성인聖人이 인간 본성本性의 덕德(仁義禮智信)으로 국가를 이끌어 사회의 보편적인 덕德을 실현하여 정명正名 사회(名實이 같은 사회)를 구현하고, 대동大同사회를 이루는 것이리라 본다.
철학 사상의 이론은 워낙 은미隱微하여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지식 또한 일천하고 본인이 공부한 분야가 아니라서 오히려 혼란만 더하지나 않았나 걱정된다. 개개인은 부디 더욱 큰 수양修養을 통해서 성인聖人의 경지에 더 가까워지면 좋을 것이고, 사회는 명실名實이 부합하는 정명正名사회가 구현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철학적 이론이 어떤 사람에게는 희열로,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말로 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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