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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고 먹고 살기에 좋은나라/금수강산

유해영 2008. 6. 20. 13:21
 

농사짓고 먹고 살기에 좋은나라

   


우리나라 쌀 산업에서 철원쌀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1% 정도로서 그 규모는 크지 않으나 철원은 매년 햅쌀을 비롯한 신곡을 제일먼저 시장에 공급하는 조생종 평야지대로서 몇가지 선도적 성과를 이루고 있다.

내륙 조생종 평야 지대인 철원에서 우리나라 효시적 품종명 브랜드 “철원오대쌀” 개발과 국내최초 쌀생산이력제 도입 및 국내최초 지리적표시 등록이 이루어져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쌀 산업에서 선도적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외국산 쌀의 도입 판매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어 철원 쌀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쌀산업의 제반 여건을 정확히 진단하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위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한국 농업 환경여건 전반과, 철원평야의 환경조건, 철원 쌀산업의 성과, 철원쌀의 경쟁력 요인, 철원 쌀산업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우선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농업환경 제반 여건(농사짓고 먹고 살기에 좋은나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와 비교해 볼때 상당히 경쟁력있는 농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와같은 필자의 견해에 여러사람들이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이는 문화사적 이해가 부족하고 동 아시아 농산물 시장에 대한 견해가 짧은 탓일 것이다. 더욱이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문화사회로 진입된 현시점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이 한층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된다.

본고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조건과, 인접한 거대 농산물소비시장 그리고 정보화 문화사회에서의 소비형태 등을 살펴보고, 한국농업의 경쟁력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세계를 3대 문화권으로 나누는데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터키에 이르는 남부 및 서부아시아 지역의 종교문화권, 유럽지역의 과학문화권, 동아시아 지역인 우리나라, 중국, 일본의 윤리문화권이 바로 그것이다.

종교문화권 지역은 북쪽에 험악한 고산지대가 분포하고 기후가 매우 건조해 사람이 농사짓고 살아가기에 거친 자연환경 조건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고 그와같은 어려운 삶을 극복하기위해 이상향을 꿈꾸었다고 한다. 세계의 3대 종교인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가 모두 이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이와같은 사실은 이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아왔는가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문화권인 유럽지역은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남부 지역의 지중해성기후와 알프스산맥 북쪽 유럽 평원지역의 서안 해양성 기후로 나누어진다.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철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일반 작물재배가 어려워 수목(樹木) 농업이 발달하였는데, 포도, 올리브, 오렌지 등이 주로 재배된다. 일년 강우량이 1000밀리 이하되는 유럽 평원지역은 연중 고르게 비가와 흐린날씨가 많고 기온이 냉하여 목초 등과 같은 사료작물 재배에는 문제되지 않으나 일반 작물재배에는 적당치 않으며 특히 고품질의 작물생산에는 불리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다.

윤리문화권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농사짓기에 좋은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지역으로 예로부터 정착농업이 발달된 곳이다. 이지역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미 현세가 낙원이므로 또 다른 낙원을 꿈꾸지 않았으며 사회의 질서유지를 통해서 현세의 낙원을 완성하려했다.

얼마나 사람 살기에 좋았으면 이러한 문화가 형성되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하였고 중국인들도 상해 부근 소주나 항주 지역을 지상낙원이라 생각하여 “천유천당(天有天堂), 지유소항(地有蘇杭)”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기온의 연 교차가 커 사계절이 뚜렷하며 큰 기온의 일 교차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따뜻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풍부하며 여름철 기온이 높아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쌀의 경우, 품질이 좋은 자포니카 벼 생산 적지는 위도상 북위 34~38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한국과 일본의 니가타 지역, 미국의 캘리포니아, 중국의 산동성 등이 이에 속한다. 일본 니가타 지역은 벼가 익을 무렵 태풍의 피해가 잦아 벼가 쓰러지거나 병해충 발생이 많고 중국의 산동성 이북 지역은 황사와 함께 물이 부족해 문제가 되며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은 대규모 영농으로 쌀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밀농업 도입이 어렵다고 밝혀졌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고품질쌀을 생산하는데 좋은 환경조건을 갖고있는 것으로 농촌진흥청 연구분석결과 밝혀졌다.

국제 농산물 시장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중국의 상해나 홍콩 및 일본과 같은 거대 시장이 인접해 있다. 자연 환경이 좋지않을 뿐만아니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네델란드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일본이나 홍콩 등지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자연 환경이나 지리적 위치에 있어서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수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문화사회로 들어섰다. 산업화 사회에서는 대규모 농장의 대량생산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소량 다품목이 요구되는 정보화 문화사회에서는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대량 영농체계는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며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영농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품질의 농산물이 요구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는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거대한 농산물 소비시장이 인접해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규모 영농방식이 막 시작된 정보화 문화사회에서는 대규모 영농체계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농업환경의 제반 여건이 결코 불리한 편이 아니며 오히려 높은 경쟁력을 갖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생산농민이 꼭 알아야 할 것은 국가에서 생산을 장려하고 판매를 보장해주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하면 결국 망하는 것이므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여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소비가 대형화 전문화되어 있으므로 생산자 개개인으로는 소비자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철저히 이웃 생산자와 협력하여 단체를 결성 소비자에게 다가가야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농협이라는 공동체가 설립되어 있으므로 농협을 활성화 시키고 생산자가 철저히 뭉쳐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외국농산물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농산물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