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위상과 역할
유해영 박사/철원군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우리나라는 최근 몇십년을 제외하고는 수천 년간 왕이 다스리는 전제군주 사회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본고에서는 힘의 중심이 관(官,정부)에서 개개인으로 옮겨진 민주사회에서 개개인의 위상과 역할이 과거사회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우리 각자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이 1818년에 만든 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아주 유명한 책자가 있다. 지방 수령이 백성을 보살피고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정리한 지방수령 업무지침서로서 총 12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편 당 6가지씩 모두 72 조문을 제시해 놓고 있다.
목민(牧民)이라고 하는 말은 백성을 가축처럼 기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목민심서 제 4편 애민육조(愛民六條)의 내용을 보면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과부나 고아와 같은 외로운 사람들을 보살피고 병든 자와 가난을 구제하는 등 백성을 보살피고 기르라는 다산의 백성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는 관(官)은 항상 백성을 지배하고 보살피는 위치에 있고 백성은 지배하고 보살피는 대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개의 백성은 관의 지시와 명명에 따르면 되는 매우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생활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중국의 주자가 지방수령으로 있을 때 1181년에 작성하여 방(傍)을 붙여 관내 농가에 알린 권농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주자가 봄에 들에 나가 보니 논이 아직 갈지 않은 곳이 있다고 지적하고 아직은 매질하지는 않겠지만 다음 순행까지 논이 갈려있지 않으면 반드시 벌을 주겠으니 충분히 알아 두라는 경고문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국에서도 역시 백성은 보살펴 주고, 명령을 해서 일을 수행케 하고,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벌을 내려 교정시키는 대상이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백성은 관의 지시에 따르면 되는 매우 수동적이고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현재의 민주사회는 어떠한가. 이미 힘의 중심이 관에서 국민으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선생에서 학생으로 이동된 상태이다. 거의 모든 것은 개개인의 의사표시로 결정된다.
이러한 개개인에 대한 엄청난 권리부여는 수천 년 전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는 상상할 수 도 없는 것이었다.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이해가 깊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사회질서를 자발적으로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아야 하는 지, 왜 자신의 집 앞을 자신이 쓸어야 하는지, 왜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지, 바로 우리 각자가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개개인이 공직선거나 국민투표 등과 같은 주요 정치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되는가를 이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바로 우리 각자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사회변천에 따른 개개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국민각자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더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고 공직선거나 국민투표와 같은 정치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정치를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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