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溫情主義)의 극복
동양사회를 농경문화의 온정주의 사회라 하며 서구사회를 가치추구의 지성주의 사회라 한다. 본고에서 필자는 온정주의 사회의 문제점과 극복방안 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일터가 바로 가족공동체 내에 있으며 교육이나 놀이도 대체로 가족이나 씨족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에서는 어떤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가 라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가족이나 씨족 구성원 상호간에 따뜻한 정서적 배려가 우선한다고 한다.
서구인들은 그리스 시대부터 로고스(Logos, 理性)를 앞세워 살아 온 반면 동양인들은 어진마음(仁), 자비심, 예의 등을 주축으로 살아 왔다. 물론 그러한 동양적 가치관의 장점은 아름답고 인간적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서적인 온정사회가 본능적 사회로 퇴락하여 인간본연의 본능적인 욕망과 폐쇄적인 응집성을 초래해 이기적인 발상과 집단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 굳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002년 본인이 잘 아는 모씨 집안의 젊은 부인으로부터 중학생인 두 아들에 대하여 부탁을 받은 바 있다.
아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가나 공공기관에 가서 봉사를 하고, 봉사한 내용과 시간에 대해 증명을 받아 오도록 한 것 같다. 그 부인은 두 아들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두 아들에게 봉사활동을 통하여 사회활동을 참여시키고 남을 위해 일하는 봉사정신을 갖도록 하고자 함이 아니라, 단지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 받아 학교에 제출함으로서 어떤 이익을 받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두루 갖고 있는 의식인 것 같다. 즉 자신의 피붙이나 소속집단에 대한 작은 애정만을 생각한 나머지 훨씬 더 큰 가치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소홀이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Y대학교 모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하루는 한 학생이 찾아와 자신의 성적을 올려 주기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 교수만 눈감아 주면 그 학생은 장학금을 받아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돈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직도 적지 않은 한국사람들은 그러한 학생의 간청을 받을 경우, 작은 동정심에 마음이 끌려, 일을 바로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물론, 나의 사무실을 찾아와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두 학생들에게 적절하고도 유익한 업무를 부여하여 일을 마무리 시킨 후 그 내용을 증명하여 준 바 있다.
학생의 요구를 받은 Y대학교 모 교수도 학생의 요구가 공정치 못함을 이해시켰다고 한다.
선진사회는 농경문화의 온정주의 사회를 가치추구의 지성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번영과 발전을 이룩했던 것이다. 물론 백을 다 버리고 다른 백을 택하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요소는 버릴 수 없다. 따뜻한 정서가 없는 곳에 행복이 머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서와 더불어 지성이 필요하며 온정과 함께 이성적 가치가 공존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기본적 가치는 어떤 것인가. 넓은 의미에서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선진사회들은 과학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그 과학적 사고가 남겨 준 것이 합리적 사고였고, 합리적 사고는 객관적 가치를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정서적 흐름을 주관적으로 받아 들이는 편협성에 빠졌던 것이다. 특히 종교와 전통적인 윤리의식이 그런 울타리 안에서 자랐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윤리의식과, 현재 일부 종교의 유아독존적 넌센스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어 왔는가를 따져 보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가치의 객관성에 약해지고 넓게 세상을 보지 못하며, 과거에 매달려 미래를 창출해 내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농경주의 문화에서 현대 산업사회로 급격히 옮겨지고 있다.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유아적인 온정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는 철학자로서 안병욱, 김형석, 김용옥씨 등이 있다. 안병욱 교수의 “인생론” 김형석 교수의 “철학의 세계” 김용옥 교수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여자란 무엇인가”등의 책자를 권하고 싶다. 여러분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 줄 것이다. 본고에 논술한 일부 내용이 김형석 교수의 “철학의 세계”에서 발췌 했음을 밝혀 두는 바이다.
'기고문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원이 우리나라의 중심 (0) | 2008.06.20 |
---|---|
자랑할 만한 군인들의 근무자세/6사단 군인들의 근무기강 (0) | 2008.06.20 |
철원쌀이 좋은 이유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0) | 2008.06.20 |
인터넷을 통한 농사기술정보 얻기 (0) | 2008.06.20 |
샘통과 찬정 (0) | 2008.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