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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통과 찬정

유해영 2008. 6. 20. 11:45
 

샘통과 찬정



깨끗한 고장 철원하면 겨울철에 철원평야를 방문하는 두루미, 백로, 왜가리 등 철새를 떠올리게 되며, 철새들이 철원평야를 매년 방문을 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통 철새도래지가 그 중 한 요인이다.

필자는 호주의 찬정(鑽井)과 철원의 샘통을 비교, 자연의 신비로움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주 대륙은 원래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로서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분리, 현재 위치로 이동해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도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분리, 서쪽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 서부지역에 록키산맥과 안데스산맥이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호주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동쪽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호주 대륙 동부지역에 남북으로 길게 크레이트 디바이딩 산맥(Great Dividing Range)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크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은 평균고도 900m, 최고점은 2,228m로서 우리나라의 태백산맥보다는 다소 규모가 큰 산맥인 것 같다.

호주는 크레이트 디바이딩 산맥 서쪽에 광활한 분지가 있으나 비가 매우 적어 농사를 지을 수 없음은 물론,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초지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찬정(인공우물)이 개발 되므로 광활한 분지를 밀재배와 양의 사육지로서 이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호주 중앙 동부지역에 위치한 대찬정 분지이다.

찬정 분지의 지하 지질구조가 상하로 불투수층이 형성되어 있고 동쪽 크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의 고원지대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두 개의 불투수층 사이에 채워지고, 지하수가 계속 공급되므로 압력이 생기게 된다.

인공적으로 불투수층에 구멍을 내면 지하수의 압력에 의해 지상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것을 “찬정”이라고 한다.

철원 ․ 평강 고원은 그 면적이 65,000헥타로서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는데 해발고도는 200~500m이다. 북쪽은 지대가 높아 밭으로 이용되며 지대가 낮은 남쪽 철원지역 만여헥타에서 벼농사가 발달되어 있다.

북쪽 고원지대에서 침투된 빗물이 남쪽의 낮은 지대로 이동하여 분출되고 있는 곳이 바로 “샘통”인 것으로 추측되며 1,500평 정도의 연못과 습지를 이루고 있고 사계절 내내 15°C 정도의 샘물은 야생조류 서식에 좋은 환경으로 연못을 중심으로 반경 2km 이내를 1973년 7월 10일 천연기념물 제 245호로 지정 철새도래지로 보호관리 되고 있다.

분출하는 샘물양도 많아 주변 200여 헥타의 논에 관개가 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백로, 두루미, 왜가리, 독수리 등 많은 철새가 샘통을 중심으로 떼지어 날아와 서식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 낸다. 특히 필자가 경험한 두루미의 우아한 자태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호주의 찬정은 동쪽 고원지대에서 스며든 빗물이 지하 불투수층에 저장되어 있다가 인공적 구멍을 통하여 스스로의 압력에 의해 분출되는 것이고, 철원의 샘통은 북쪽 고원지대에서 스며든 빗물이 남쪽 낮은 지대로 이동 분출하는 천연 샘물인 것이다.

우리고장에 이러한 천연보물이 있어 철새를 끌어 들이고 청정한 쌀을 생산케 하며 타지 사람들에게 철원의 청정한 이미지를 갖게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