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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신비로움과 소중함, 가정과 직업과 직장이란 무엇인가? (강원북부신문 2020.5.28일)

유해영 2020. 5. 28. 13:43

 

      가정의 신비로움과 소중함

- 가정과 직업과 직장이란 무엇인가? -

 

철원 평야의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오월은,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 부부의 날(5월 21일)이 있는 달로서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2016년 1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에서 농업기술을 지도하던 때 쓴 글이다.

      직업이란 말할 필요도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말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 직업을 수행하는 일터 즉,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본인도 33 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적지 않은 직장에서 일을 한 바 있다.

      아마도 20여 년 전쯤이라 생각되는데, 가정, 직업, 직장 등에 대해 곰곰이 따져 본바가 있다. 가정이라든지 직업 직장이 소중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나, 그 소중하다는 근거를 정리해 보면, 뭔가는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근거를 분석해 보았던 것이다. 본인은 그 당시 깜짝 놀랐었다. 여러 근거를 종합해 보니,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공동체가 가정이고, 가장 성스러운 일이 직업이고, 가장 성스러운 장소가 직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뭘 그리 따져 봤단 말인가 어떤 근거로, 가장 신비로운 공동체가 가정이고, 가장 성스러운 일이 직업이고, 가장 성스러운 장소가 직장이라 말하는가?

      모든 생명체는 두 가지 능력이 갖춰졌을 때 그 생명체로의 존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하나는 그 생명을 유지해 가는 능력, 즉 생존력이고, 또 하나는 후대를 생산해 자신의 유전자를 영속시키는 능력, 즉 생식능력 또는 번식능력이다.

      사람이 그 생명을 계속 유지시키려면, 우선 의식주 (衣食住)가 확보되어야한다. 사람에게 이것보다 더 우선되고 중요한 일은 없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선 먹어야 생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경우, 외부 환경에 알몸으로 노출되면,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명이 유지되기가 어려워, 무엇인가는 몸에 걸쳐야 된다. 또한 몸에 무엇을 걸쳐 입었더라도, 어떤 장소에 은신하지 않으면, 심한 외부환경 변화나, 여러 가지 기생충 혹은 병균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되기가 어려워, 반드시 어떤 장소에 거처를 마련 은신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바로 이것이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인 의식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체는 그 의식주가 해결되어 생명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결국 소멸되기 때문에, 후대를 생산하여, 그 생명체를 영속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은 남녀가 짝을 지어 그 생명을 영속시키는 생식작용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결혼생활이라고 한고, 가정을 꾸린다라고도 한다.

      그런데 후대를 생산했다하더라도, 새로 태여 난 생명체가 상당한 기간 동안, 스스로의 생존력과 생식력이 없으므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 어버이 생명체가 상당기간 그 새로운 후대를 돌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생존과 생식작용, 그리고 후대를 돌보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성립되었다. 이와 같은 본질적 의미를 분석해보면, 가정이라는 공동체는 참 신비롭고, 성스럽고, 귀하고...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신비로운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식구들이 필요한 의식주가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의식주 확보의 원천이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직업보다 더 성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있다고 생각하면 말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성스러운 직업이 수행되는 장소가 바로, 직장이다. 그러니, 직장보다 더 성스러운 곳이 어디 있겠는가? 있다면, 말해 보길 바란다. 아무리 따져 봐도 직업보다 더 성스러운 일은 없으며, 직장보다 더 성스러운 곳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해야하겠는가? 또한 자신의 직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겠는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혼신을 다해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고, 정성을 다해 자신의 직장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므로 신비로운 공동체인 가정이 유지되는 것이다. 직업과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니, 자신의 직업과 직장을 소중히 생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농부에게는 바로 농사일이 가장 성스러운 일이고, 논밭이 가장 성스러운 장소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공무원에게는 바로 그 공직이 가장 성스러운 일이고, 바로 그 사무실이 가장 성스러운 장소가 되는 것이다. 회사원에게는 바로 그 회사일이 가장 성스러운 일이고, 그 일터가 바로 가장 성스러운 곳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은, 정성을 다해 돌봐야 하는 공동체이고, 직업은 혼신을 다해 수행해야하는 일이고, 직장도 정성을 다해 지켜야하는 장소인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고, 즐거움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곳저곳에서 혼란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참혹한 비극적인 사태는 이와 같은 본질적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내가 아프면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잘 보살펴 주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꼭 좋은 것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모두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본질적 깨달음 통해, 성실한 직장인, 믿음직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그리고 참된 아내와 어머니로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바른 삶, 즉 말과 행동과 마음씀씀이(언행심사言行心事)가 바른지 못하면 참된 행복은 불가능한 것이다. 착각은 자유겠으나, 착각하지말기를 바란다. 자신의 업(業, 자신이 만들어 논 모든 언행심사의 결과)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한다. 무서운 것이다. 이것이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리이다.

      단언컨대, 가정과 직업과 직장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삶이 바르지 못하면 참 행복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절간의 스님처럼 무덤덤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삶을 즐기는 것도 규범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바른 삶이 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바른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쪼록 열심히 사는 모든 분들이 더 힘을 얻어 더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한다.